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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10월 독일&네덜란드

[10월 가을 독일/네덜란드 여행] 4일차 : 뉘른베르크 여행코스, 뉘른베르크 강령과 전범재판의 도시(feat.뉘른베르크 소시지)

by terranbattle 2020. 3. 21.

2017년 10월 10일.

 

이 날의 여행일정은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다소 남는다. 나 혼자 다녔거나 내 여행 단짝 친구와 계획을 짰다면 강행군으로 움직여, 기차를 타고 밤베르크 또는 로텐부르크를 반 나절 둘러본 후, 다시 뉘른베르크로 돌아와 관광을 마쳤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여행온 게 처음인 친구에게 이러한 고된 일정을 고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서, 결국 친구의 의견에 따라 뉘른베르크만 하루종일 구경하기로 했다. 사실, 뉘른베르크의 대부분의 관광지는 구시가지에 몰려 있어서 정말 빨리 돌아보면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뉘른베르크는 바이에른 주의 제2 도시로서 상공업과 근대공업이 발달한 곳이다. 대도시 속에 고즈넉히 위치한 구시가지는 그 보존 상태가 훌륭하다. 다만, 히틀러가 사랑한 도시였기에 나치의 수도가 되기도 했었다.

나치의 잔혹한 인체실험의 문제가 세상에 밝혀지자, 1947년 인체실험에 있어 지켜야 할 기본적 원칙을 정한 '뉘른베르크 강령'이 공표되었다. 이 강령에는 실험담당자의 자격이나 긴급한 경우에 대한 준비 등의 준수사항이 정해져 있다. 가장 본질적인 원칙은 피실험자의 자발적 동의와 이를 위한 충분한 정보제공이다.

 

다시 여행 이야기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소개할 곳은 '사형집행인의 다리'이다. 중세에도 사형집행인은 사람들에게 호감의 대상이 아니었기에, 사형집행인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다리를 건설한 것이다.      

사형집행인의 다리

아이러니하게도, 이 다리 바로 옆에는 와인 저장고가 있다. 다리, 페그니츠 강과 어우러진 풍경이 운치있다. 

와인저장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페그니츠 강과 다리

그 다음 마주하게 된 관광지는 성 제발트 교회이다. 1300년대 후반, 고딕 양식을 기본으로 로마네스크 양식을 혼합해 만들어진 교회이다. 높게 솟은 두 기둥과 함께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성 제발트 교회

출입문에는 복음서에 나오는 '열 처녀 비유'를 상징하는 신부 들러리 상들이 조각되어있다. 

출입문

교회의 규모가 굉장히 커서 한 컷에 담기지 않는다. 

성 제발트 교회

독일 르네상스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는 뉘렌베르크에서 태어나고 사망했는데, 그가 마지막 20여년의 여생을 살았던 목조 주택이 '뒤러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내부에는 당시 생활 모습과 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뒤러 하우스

뉘른베르크에서 가장 대표적인 관광명소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카이저 성'이 아닐까 싶다. 이 도시 방어 요새는 신성로마제국 때 거성으로 건축되어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해있다. 그러나 올라가는데 그리 힘들지 않으며,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성벽 위에서 뉘른베르크의 시가지 전망을 바라볼 수 있기에 보람찬 곳이다. 입장료를 내면 성의 본관으로 들어가 황제가 사용하던 공간이나 우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카이저 성

성벽 위로 오르면 아름다운 꽃, 소박한 크기의 나무와 잔디가 어우러진 정원이 꽤나 넓게 펼쳐져있다.  

성벽 위 정원

카이저 성 오르기를 추천하는 이유는 성 자체 뿐만 아니라 그 위에서 바라보는 주택 풍경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공간 사이로 주택들을 바라볼 수 있다. 

카이저 성에서 바라본 뉘른베르크 주택

뉘른베르크의 독특한 집 양식이 있다. 성을 내려와 골목길을 걷는데도 주택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졌다. 

뉘른베르크 주택풍경

뉘른베르크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집 뿐만이 아니다. 뉘른베르크 소시지도 향토 요리로서 굉장히 유명한데, 다른 지방에 비해 소시지 크기가 작지만 보통 1인분에 6개를 묶어서 제공하며 고동색이 팍 눈에 띈다. 고동 색깔이다보니 다크한 맛이 더 강한 쫄깃쫄깃한 소시지 맛이다. 

뉘른베르크 소시지

간단히 요기를 하고(크기가 작기에 그리 배가 부르지는 않았음), '아름다운 분수'로 향했다. 20m 높이의 커다란 분수에는 신성로마제국 7명의 선제후, 성경 속 인물, 신화 속 영웅 등의 조각이 층층이 장식되어 있다. 이름은 분수이지만 물은 없는 듯... 

아름다운 분수

유럽은 어디로 가든 광장으로 통한다. 뉘른베르크에서는 중앙 마르크트 광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시즌이 되면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고 한다. 광장 주변에는 식당, 카페, 상점 등이 모여있다. 이 광장에는 교회 건물이 하나 있는데, 이름하여 성모 교회이다. 

성모 교회

페그니츠 강을 건너는 작은 다리인 '박물관 다리'와 강 위로 툭 튀어나온 성령 양로원이 그윽한 풍경을 연출한다. 

박물관 다리와 성령 양로원

1477년 완공된 성 로렌츠 교회는 전형적인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다. 여름 시즌에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마다 가이드 투어로 첨탑에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성 로렌츠 교회

우리는 1일 대중교통 이용권을 끊어 놓았기에, U bahn을 이용하여 야콥 광장으로 이동하여 스타벅스를 한 잔 했다. 카페인 충전 후 밖으로 나와보니, 이 곳은 관광지라기 보다는 상업시설이 몰려있는 곳이었다. 눈에 띄었던 것은 1984년에 설치된 에카루셀 분수(일명, 결혼의 회전목마)인데, 남녀가 만나 결혼하여 늙어가는 과정을 매우 '비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괜히 슬퍼진다... 

에카루셀 분수(일명, 결혼의 회전목마)

조각을 가까이서 보면 정말 비극이자 참극같이 보여 섬뜩하다. 

에카루셀 분수(일명, 결혼의 회전목마)

큰 돔을 갖춘 성 엘리자베트 교회도 자리하고 있다. 

성 엘리자베트 교회

다시 우리가 구시가지로 처음 들어왔을 때의 문으로 돌아왔다. 여러 출입문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곳은 쾨니히 문으로, 40여 미터 높이의 원통형 탑이 랜드마크이다. 

쾨니히 문의 랜드마크인 원통형 탑

뉘른베르크에는 일찍부터 수공업이 발달했어서 장인들이 많이 거주했었다. 다양한 수공예품이 만들어졌고 대단하게도 지금까지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쾨니히 문 아래에 입구로 들어가면 장인들이 수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공방들이 자그마한 면적에 모여있다. 

수공예인 거리

조금 걸어가면 체펠린 비행장이 보인다. 원래 이 곳은 1909년 체펠린이 비행선 시험 비행에 성공한 뒤 비행선을 착륙시킨 공터인데, 히틀러가 바로 이 장소에서 나치 집회를 열었다. 홀로코스트의 근거가 된 '뉘른베르크 법'이 바로 이 장소에서 제정되었다. 바로 옆에는 로마제국의 콜로세움을 연상케하는 나치 전당대회장이 있다. 

체펠린 비행장 가는 길

히틀러가 실제로 섰던 연단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연단

나도 연단에 서서 연설하는 풍경을 어색하게 연출했다. 

연단에서 연설 중

나치 전당대회장 내부에는 나치 시대 폭력의 자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록의 전당이 제법 큰 규모로 있다. 부끄러운 과거를 숨기지 않고 공개하며 반성하는 독일의 모습이 감명깊었다. 사진을 찍을 분위기도 장소도 아니기에, 사진 촬영은 삼갔다. 

 

마지막으로 역사 정리를 간단하게 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체포된 나치 전범들은 재판에 회부되었는데, 재판 장소가 바로 뉘른베르크 법원이었기에 '뉘른베르크 재판'이라고 불린다.

 

이것으로 뉘른베르크 관광이 모두 끝났다. 트램을 타고 호텔로 돌아온 후, 레스토랑에서 프랑켄 지방의 향토요리를 먹었다. 고기, 양배추와 감자가 서빙되는 요리이다. 가게 사진이랑 요리 이름도 찍어 놓을 걸...

프랑켄 지방의 향토요리

여유있게 뉘른베르크를 샅샅이 구경하였다. 오늘 밤에도 독일 맥주를 한 잔 즐겁게 마시며,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기차를 타고 뮌헨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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