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6일.
나에게 3박 4일이라는 짧은 휴가가 주어졌고, 해외 어디를 다녀올까 고민하던 중 혼자 다녀오기에 적합한 나라를 발견했으니 바로 대만, 타이베이였다. 비행시간도 짧고 밤 치안도 안전하면서 MRT 등의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는 항상 같이 배낭여행을 다녔었는데 생업에 종사하다보니 누구와 일정을 맞추어 함께 여행을 간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저 당시 2017년 9월은 내 인생 처음으로 혈혈단신 떠나보는 해외 배낭여행이었는데, 무사무탈하게 잘 다녀오다 보니 이후부터 혼자 겁없이 해외로 쏘다니는 일이 잦아졌다.(싱가포르, 미국서부, 스페인북부 등)
인천국제공항에서 대만 타이베이 타오위안 국제공항까지는 비행시간이 꼴랑 2시간 30분 정도이다. 게다가 저가항공의 공급들이 쏟아지다보니 가격대도 부담이 적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일정이다보니 대만 타이베이 타오위안 국제공항에는 정오 이전에 도착했다.
타오위안 공항 MRT를 타면 타이베이 시내까지 쉽게 갈 수 있다.
나는 친구(현재 내 블로그 여행기에도 자주 놀러오시는 분)의 조언을 따라 시먼역에 숙소를 구했었다. 시먼역 주변이 번화가이기 때문에 밤에 돌아다니기에도 편리하고 주요 관광지까지도 MRT를 이용하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내가 묵었던 숙소 이름은 'Dream Home'이었는데, 예약 사이트에서는 3-4성급 호텔이라고 나와있었지만 실제로 가보니 딱 우리나라 모텔 수준이었다.
출입문으로 들어가면 긴 계단을 올라가야 방이 나온다. 참고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이었다. 방 내부는 우리나라 모텔 눈높이에서 봤을 때 딱히 부족한 점은 없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지금이야 혼자 여행을 가도 보통 4성급 호텔에서 머무는 편인데, 저 당시는 그 정도까지 숙소를 따지지는 않았었다. 확실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행을 가서도 점점 편리함과 아늑함을 추구하는 것 같다.
이렇게 짐을 풀었는데도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첫 번째 관광지인 국립고궁박물관으로 향한다. 이 곳 근방에는 MRT(지하철) 역이 없기 때문에, MRT 스린역 1번 출구로 나와 紅30, 255, 304, 815, 小18, 小19번 버스를 타고 국립고궁박물관 정류장에서 하차해야 한다. 이 때만 하더라도 구글맵의 존재를 몰랐던 나는 MRT 스린역 1번 출구로 나와 막막하게 버스정류장을 10분정도 찾아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국립고궁박물관 입구에는 '천하위공'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는 '천하는 위정자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다.'라는 뜻이다.
입구를 지나 한창 더 들어가야 국립고궁박물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내부에는 송, 원, 명, 청대 왕조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유물들은 중국 내 전쟁을 거치면서 타이베이까지 옮겨오게 되었는데, 이동된 유물의 수는 60만 8,985점이고 박물관에서는 한 번에 6,000~8,000점을 전시한다. 아주 유명한 수십 점의 유물을 제외하고는 3~6개월마다 전시품을 교체한다고 한다. 3층에 인기 보물이 몰려있으니 3층에서부터 관람을 시작해서 2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 중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취옥백채'를 사진에 담았다. 배추와 배추에 앉은 두 마리 곤충을 천연 비취와 옥으로 섬세하게 조각한 작품으로, 이는 원나라에서 명나라 초기까지 길상을 상징하는 소재였다고 한다.
다음 목적지는 국립중정기념당이다. MRT 중정기념당 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데 역 내부에서부터 근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밖으로 나오면 면적 25만 제곱미터의 자유광장이 방문객들을 맞아준다.
문에 들어서면 저 멀리 앞으로 중정기념당 건물이 웅장하게 서있다. 국립중정기념당은 타이완의 초대 총통인 장제스(1887-1975)를 추모하는 공간이다.
정문으로 들어오면 양 옆에 국립음악청과 국립희극원이 위치해있다. 빨간 기둥과 오렌지색의 지붕이 인상적이다.
중정기념당을 향해 걷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니 아까 들어왔던 자유광장 정문이 저 멀리 보인다.
기념관까지 올라가는 화강암 계단은 총 89개인데 이는 장제스가 서거했을 당시의 나이를 상징한다.
사람이 앞만 보며 달려서는 안 되는 법! 잠시 숨을 고르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장관이 펼쳐져있다.
계단을 올라 중정기념당에 도달했을 때 우리를 맞아주는 것은 장제스 동상과 그 옆의 근위병이다. 나는 근위병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군대에서 불침번이나 초소 근무를 서 본 남자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지.
중정기념당 내부에는 장제스와 관련된 물품들로 가득 차 있다. 타고 다녔던 자동차도 전시되어 있는데 차폭과 길이가 굉장히 넓고 길었다.
한 편에는 장제스 근무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다.
생각보다 기념당 내부에 볼거리가 풍성하다. 1시간 이상 둘러본 것 같다.
저녁식사를 위해 타이베이101 딘타이펑으로 갔다. 항상 대기가 있는 곳이라 알고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 날도 거의 1시간 가량을 대기했었다. 대기판에 이름을 써놓고 근처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도 혼자서 기다리려니 지루했다. 나는 딤섬과 우육면을 먹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음식맛 자체는 매우 훌륭했으니 고생하며 기다린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대만 타이베이의 상징인 타이베이101의 꼭대기로 올라가본다. 타이베이의 최고 관광스폿 답게 대기줄이 꽤 길었다. 입장료는 600 뉴 타이완 달러이다.
타이베이101의 높이는 509.2m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가 지어진 2009년까지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었다. 타이베이101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분속 1,010m를 자랑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으며, 실제로 5층에서 89층 전망대까지 37초면 도달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갑자기 궁금해진다,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스카이서울)의 엘리베이터와 비교하면 어느게 더 빠를까?
어찌됐든 타이베이101에서 바라본 타이베이 야경은 황홀했다.
고층건물이 삐까뻔쩍하게 빛나고 있고,
도로들이 계획 도시처럼 딱딱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다.
타이베이101 전망대에서 야경을 충분히 관람한 후, 88층으로 내려오면 댐퍼가 로프에 매어져있다. 이 댐퍼는 직경 550cm, 무게 680톤에 이르는 둥근 추인데 강풍에 건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건축의 비밀이 있었다니 신기하다.
기념품 가게에는 온갖 보석들과 공예품이 판매 중이다. 산호로 만든 조각품이 굉장히 섬세해서 한 장 찍어 보았다.
참고로, 타이베이101 스타벅스는 3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스타벅스의 인기와 뛰어난 전망이 어우러져 유명세를 탔다. 최소 하루 전에는 전화 예약을 해야 방문이 가능하다고 하며(요즘에는 어플을 통해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해 e-ticket을 받을 수 있다고 함), 미팅 장소에 모였다가 직원의 안내를 받고 번호 대기표를 부여받은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타이베이101 스타벅스 이용시간은 90분으로 제한된다.
이렇게 대한 타이페이 여행 1일차 일정이 끝났다. 내일은 대만 타이페이 여행의 필수코스인 '예스진지'를 다녀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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