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과스와 그 주변 숨겨진 명소 관광을 모두 마친 후 택시를 타고 10분도 채 소요되지 않아 지우펀에 도착했다. 육지에 길이 나기 전, 이 마을은 바다를 통해서만 다른 지역과의 교류가 가능했었다. 당시 지우펀의 가구 수는 아홉이었는데 육지에서 공수한 물건을 사이 좋게 아홉 등분으로 나누었다고 해서 '지우펀(九份)'이란 마을 이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홉 가구의 작은 마을은 1890년 경 마을에서 금이 발견되자 골드러시를 신호탄으로 4,000여 가구의 마을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더 이상 캐낼 금이 고갈되자 그 부흥도 오래가지 못했고, 지금은 타이완 영화 '비정성시'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 마을로서 여행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지우펀은 해질 무렵에 가야 그 진가를 누릴 수 있다. 왜냐하면 지우펀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는 홍등 불이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래서 일부러 해질녘 때까지 지우펀 골목을 누비다가 그제서야 사진을 찍었다.
홍등이 들어오면서 아름다운 지우펀의 모습이 비로소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다만, 사람이 미어 처질 정도로 많다는게 문제이다.
계단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니 통행 하기에도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지우펀의 명소를 하나 꼽으라면 아메이차지우관(아매차주관)을 예로 들 수 있다. 가장 많은 홍등을 단 찻집인데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오다보니 포토존으로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홍등이 비쳐진 지우펀 마을은 매력덩어리인 것이 분명하지만 오고가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기에 체력 소모가 심하고, 특히 더운 여름에는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사람들의 밀도가 서로 붙어있는 것이 화학 시간에 배우는 '분자의 공유결합' 수준이다.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밟힐 분위기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니는 게 힘들어도 홍등이 켜진 지우펀은 관광지로서 방문할 만한 가치가 넘치는 마을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지우펀 관광을 마치고 다시 택시 기사님과 약속 시간에 만났다. 지우펀 버스정류장에는 수 km에 이르도록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 이런 면에서는 택시가 최고이다. 택시 기사님과는 기념 사진을 남긴 채 작별을 했고, 나는 대만 타이베이 여행의 필수요소인 '스린 야시장'으로 향했다.
스린 야시장은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만 타이베이 최대 규모의 야시장이다. MRT 지엔탄 역 1번 출구로 나와 걸어가면 커다란 정면 입구가 보인다.
대만 타이베이 여행에서 최소 한 끼는 야시장에서 즐기는게 정석이다. 현지인들의 식도락 문화도 몸소 체험하며, 저렴하게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 날 저녁은 철저히 굶은 채 스린 야시장을 누볐다. 아래 사진은 따화시앙창(대화향장, 大花香腸)이라는 음식인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시지 맛이었다.
자른 소고기를 굽다가 토치의 화염으로 익히는 스테이크도 있다. 이 음식의 이름은 훠옌터우즈니우(화염투자우, 火焰骰子牛)이다.
야시장에서 판매하는 음식들이다보니 당연히 위생이나 품질을 생각하면 찝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행와서 한 끼를 이렇게 먹는다고 당장 건강이 상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현지인들과 동화되어 시장을 누비면서 길거리 음식들을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행지에 가면 현지인화(化)되는 것을 원하고, 또 즐긴다.
이렇게해서 '예스진지' 택시투어와 스린야시장 방문까지 오늘 하루도 알차게 돌아다녔다. 주어진 여행 기간이 길지 않으니 내일도 빡빡한 일정을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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