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8일.
이 날 오전은 단수이(淡水)에서 온전히 보낼 생각이었다. 단수이는 대만 타이베이 외곽에 있는 도시인데 유서가 깊은 여러 관광지들과 단수이 강(江)의 아름다운 풍경이 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예스진지 투어와는 다르게 단수이는 타이베이 근교 여행지 중에서 무척 편하게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왜냐하면 MRT 단수이(淡水)역에서 하차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MRT 단수이 역에서 내린 후 각자의 일정에 따라 버스를 타고 둘러볼 지, 걸어서 곳곳을 둘러볼 지 계획을 짜면 된다. 예를들어 단수이 홍마오청을 위주로 관광하고 싶은 여행객들은 이 곳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되고, 나같이 단수이를 구석구석 다녀보고 싶은 사람은 도보로 다니면 충분하다.
나는 강, 호수, 바다 같은 여행지 풍경을 매우 좋아하는데 단수이도 이러한 내 여행 기호를 듬뿍 충족시켜 주었다.
단수이는 일찍부터 외국의 침략을 받아왔기에 외부 문물이 녹아들어 이국적인 모습을 갖게 되었다. 단수이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1628년 스페인, 1642년 네덜란드에 의해 점령되었고 청이 지배한 1684년에 다수의 중국 이민자가 유입되었다. 1900년대 일제 점령기에는 다량의 침전물로 항구의 기능을 잃게 되었고 이후 관광 도시로 변모하게 되었다.
9월 대만 타이베이의 날씨는 여전히 한여름처럼 무덥다. 단수이 강의 풍경에 흠뻑 빠져 오랜 시간을 걷다보니 갈증이 느껴지던 차, 무척이나 반가운 건물이 보였다.
단수이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30분 정도 휴식 타임을 가졌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한국에서 마실 때보다 100-200원 정도 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카페인 빨로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매카이 박사(George Leslie Mackay, 1844-1901)는 캐나다 장로회의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단수이에 도착한 인물로, 그는 단수이에 교회와 학교, 병원 등을 세우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캐나다에서 온 선교자이자 의사 매카이 박사가 세운 병원인 '호미해의관'은 타이베이 시내의 호브 매카이 병원(Hobe Mackay Hospitl)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병원 안에는 당시 단수이 풍경과 진료 모습, 매카이 일기 등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내부에는 카페가 있어 잠시 쉴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매카이 박사는 선교 활동에도 헌신했는데, 단수이 예배당은 매카이가 단수이에 온 60주년을 기념해 1933년에 재건한 건물이다. 그의 아들인 조지 윌리엄 매카이(George William Mackay)가 직접 디자인하고 감독해 지었다. 지금도 주말에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잠시 경건한 마음을 가진 후, 단수이 강을 바라보며 다시 위로 걸어간다.
단수이 MRT역에서부터 홍마오청을 목적지라고 가정할 때, 80% 정도 올라온 지점에 샤오바이궁(小白宮)이 위치해있다. 원래 꼭 방문할 계획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보여 들어가게 됐는데 소박한 궁전 정원 느낌이었다.
잔디밭들이 펼쳐져있다.
잠시 햇볕 아래에 멈추어서서 단수이 강을 바라본다.
정원 같이 조성되어 있다.
샤오바이궁(小白宮) 관람 후 담강고급중학교에 도착했다. 이 중학교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인데, 학교 내부로는 경비실에 여권을 맡기고 방문자 등록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오랜 수령의 나무들이 가득한 학교 풍경이 이국적이다.
잠시 후, 진리대학교에 도착한다. 진리대학교는 타이완 최초의 서양식 대학으로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오래된 나무들이 울울창창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잠시 대학교 캠퍼스의 낭만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정문 안으로 들어간다.
캠퍼스 잔디밭 운동장이 보인다.
진리학당대서원은 잔디, 연못, 햇살이 어울러져 힐링 가득한 풍경을 자아낸다. 벤치에 앉아 잠시 멍 때리며 공상에 잠겼다.
이제 단수이의 주요 관광지인 홍마오청에 도착했다. MRT 단수이 역에서 버스를 타고 바로 가고 싶다면, 紅26번 버스를 타고 홍마오청(홍모성)/진리대학)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홍마오청의 입장료는 80 뉴타이완달러이다.
홍마오청은 1628년 타이완 북부를 점령한 스페인에 의해 세워진 요새인데 1642년 네덜란드가 지배하게 되면서부터 홍마오청으로 불리게 되었다. 홍마오는 '붉은 머리카락'의 네덜란드인을 지칭한다. 건물 앞에는 홍마오청을 지배한 9개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는데, 각각 스페인, 네덜란드, 명, 청, 영국, 일본, 호주, 일본, 타이완 순이다.
빅토리아 양식과 중국적인 요소가 결합된 영사의 주거 공간이 있는데 내부 입장이 가능하다.
요새의 수비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후웨이 포대도 진열되어 있다.
영사의 주거 공간 내부는 당시에 사용했던 가구와 물건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홍마오청 앞으로 흐르는 단수이 강이 아름답다. 이렇게 홍마오청까지 봤으니 단수이를 싹싹 훑어본 것이다. MRT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 번 단수이 강을 바라보며 머릿 속을 상쾌히 했다.
단수이를 대표하는 먹거리가 있으니 바로 '아게이(阿給)'이다. 아게이는 유부 속에 당면 등을 넣어 만듬 음식인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른 오후까지 단수이 구경을 마치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지만 단수이 강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다보니 예정된 체류 시간을 대폭 늘려 어느덧 해질녘이 되었다. 아게이를 먹으며 허기를 임시로 달랜 후, 아직 많이 남아있는 일정을 소화하러 단수이 MRT역으로 돌아갔다.
베이터우(온천 등), 용산사 야경, 야시장 등에 대한 포스팅이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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