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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공연, 전시, 축제 등)

[이승철 콘서트-서울 후기] 2019년 크리스마스 공연

by terranbattle 2019. 12. 28.

2019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우리는 12월 22일에 있는 이승철 콘서트-서울에 가기로 했었다. 올해(2019년) 이승철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12월 21일과 12월 22일 2회 공연 일정이었고, 우리는 그 중에 22일 공연을 예매했었다.

 

내가 이승철이라는 가수의 팬이 된게 2007년도이니까 어느덧 팬이 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내 생애 첫 콘서트는 2007년 여름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렸던 이승철 공연이었는데, 콘서트라는 것이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게끔 만드는 마법같은 요소가 있다. 이후 거의 매년마다 가다가 내가 일 때문에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몇 년은 못 가기도 했었고(25주년 기념 오케스트라 락 콘서트를 못 간게 제일 후회됨), 작년에는 모처럼 여유가 있어 가려고 했지만 이승철이 성대 수술 후 회복기간을 갖는다고 하여 공연이 없었다. 과연 이승철이 성대 수술 후 이전 라이브의 황제 모습을 여전히 보여줄 수 있을지가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우려와 함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러한 긴 역사(?) 속에서 오늘은 내 생일을 축하해 준 친구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콘서트장에 왔다. 공연장소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Hall D였다. 17시 공연이었는데 16시 40분 즈음 갔더니 사람들로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화장실을 가려고 했는데 줄이 거의 100m에 육박할 정도로 길어서, 아래층 구석진 곳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했다. 이후 다시 공연장으로 향한 우리는 입장 전, 포토존에서 이승철 콘서트에 왔다는 인증샷을 남겼다. 마이크 거치대가 있어 (다소 어색했지만) 포즈를 취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콘서트 포토존

입구에는 스탭들이 '공연이 곧 시작하고, 이후로는 출입이 통제되오니 서둘러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안내를 돕고 있었다.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긴 우리도 공연장인 Hall D2 출입문으로 향했다.

콘서트장인 Hall D2의 출입구

코엑스 Hall D2는 약 6,000명의 좌석규모로 알고 있는데, 이승철 공연답게 이미 상당수의 좌석이 꽉 차 있었다. 우리는 R석 9구역 두번째 줄에 앉았는데, 무대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워서 뿌듯했다.

우리가 앉은 R석 9구역 2열

공연은 입장이 지연된 탓에 17시보다 조금 늦춰진 10분 정도에 시작했다. 조명이 서서히 꺼지더니 어떤 여자 보컬이 나와서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부르면서 분위기 점화를 시작했다. 원래, 이전 콘서트 오프닝 때는 슈퍼스타K 때 본인의 제자들이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오늘은 그냥 자신의 밴드 일원이 오프닝 노래를 맡았다. 이후 밴드들이 <Let it be>, <연극이 끝난 후>를 부른 후, 60초 카운트 다운과 함께 본격적인 오늘의 콘서트가 막을 올렸다.

 

첫 번째 곡은 <My love>였는데 원곡보다 빠른 템포로 편곡을 했다. 이 곡은 이승철 11집의 타이틀곡인데 당시 프로포즈 컨셉의 뮤직비디오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엄청난 흥행의 돌풍을 일으켰었다. 이전 공연에서는 시작하기 전에 이 뮤직비디오를 틀어주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무대가 앞쪽으로 돌출된 부분이 꽤나 길었는데, 그러다보니 이승철이 돌출된 무대로 오면 우리 좌석과 굉장히 가까웠다. 10년넘게 공연을 다녔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승철 얼굴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불과 몇 m 거리였다.

 

<My love>로 스타트를 끊은 공연은 <오직 너뿐인 나를>, <서쪽하늘>까지 이어진 후 잠시 이승철의 인사가 있었다.

이후 공연은 2시간 30분동안 '게스트 없이' 오직 이승철 한 가수에 의해서만 쉴새없이 몰아쳤다.

<마지막 콘서트>, <사랑 참 어렵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긴 하루>, <무정>, <아마추어>, <그 사람>,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말리꽃>,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방황>, <이 순간을 언제까지나>, <가까이와봐>, <희야>, <손톱이 빠져서>, <Nerver ending story>, <소녀시대>, <오늘도 난>,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소리쳐>, <사랑은 아프다>, <잠도 오지 않는 밤에> 들을 쉬지 않고 들려주었다.

보통 3,4개의 곡을 연달아 부르고 잠시 몇 마디 관객들에게 멘트를 한 뒤 다시 연달아 노래를 부르는 패턴이었다. 그런데 빠른 템포의 음악을 할 때에 한 번에 쉬지않고 6,7곡 정도를 달린 적도 있었다.

중간에 밴드들이 캐럴도 불러주었다. <징글벨>, <I wanna wish you a merry Christmas>을 들려준 후 <You raise me up> 2절부터 다시 이승철이 등장했다. 그리고 오늘의 서프라이즈 무대는 딸과 함께 부른 <Someday at Christmas>였다. 사람의 형질 결정에 있어서 유전자(생물학적 요인)이 중요한데, 과연 그 과학적 사실을 증명하는 딸의 노래 실력이었다. 아버지와 딸의 듀엣 무대라니... 내가 처음 이승철 공연에 갔을 때 그녀는 태어나지도 않았었는데, 세월이 그동안 꽤나 흘렀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반전이 있으니, 그 소녀의 꿈은 가수가 아니라 '생물공학 박사'라는 사실이다.

이승철 오른쪽에서 손 잡고 있는 딸

본인의 공연은 끝난 것 같을 때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는데, 과연 정말로 그러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부터가 앙코르 무대였는데 이건 뭐... 앙코르가 아니라 제2부의 서막이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열창 중인 이승철

이승철이 훌륭한 보컬리스트인 이유를 개인적으로 꼽자면,

1. 부드럽고 쉽게 처리하는 고음과 고음에서 시원하게 탁 트이는 울림

(보통, 일반 가수들은 고음에서 목이 조여지는 소리가 난다)

2. 노래 가사가 담고 있는 감성 전달에 탁월한 음색

 

위 1번의 이유 때문에, 남자분들은 아실테지만, 그의 노래는 듣기에는 매우 편해보이나 노래방에서 막상 부르려면 음역이 굉장히 높아 부르기가 어렵다.

2시간 30분동안 그의 발라드에는 야광봉을 흔들고, 댄스나 락 음악에는 방방 뛰며 호흡을 같이 했다.

공연은 종료되었지만 모든 관객들이 돌아갈 때까지 무대 위에 홀로 남아서 배웅을 해주는 매너가 늘 인상적이다. 

우려했던 이승철의 성대 수술 후 회복상태는 오히려 더 젊어진 느낌이었다. 이승철은 젊었을 때는 날카롭고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를 지녔었고, 7집 <긴 하루>에서 변곡점을 거친 후 8집<소리쳐>에서부터 목에 힘을 최대한 뺀 부드러운 창법으로 넘어갔다. 나는 8집 <소리쳐> 때부터 팬이라 그의 부드러운 창법과 자연스레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테크닉에 매료된 경우인데, 성대 수술 후에는 여기에다가 젊었을 때의 날카로움이 더해졌으니 고음 영역에서 더욱 분명했다.

 

이승철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나또한 어느 새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래서 더욱 특별한 감회가 드는 것 같기도 하다. 

 

내년이 데뷔 35주년이라는데 그에 걸맞은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목 관리 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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